카일 배스와 5센트 동전 투기

2011년 헤지펀드 매니저 카일 배스(Kyle Bass)는 100만 달러 상당의 5센트 짜리 동전을 사들였다. 도대체 왜 2천만 개나 되는 동전을 사들인 걸까? 이 거래의 근본 논리를 살펴보자.​

5센트 동전은 무게로 5그램이며, 구리 75%와 니켈 25%로 이뤄져 있다. 배스가 5센트 동전을 사들였을 당시, 동전에 함유된 금속의 실질 가치는 약 6.8센트였다. 즉 배스는 6.8센트 짜리를 5센트에, 136만 달러 상당의 비철금속을 100만 달러에 매입한 것이다.​

배스가 6.8센트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동전이 아니라 구리와 니켈이라는 금속으로 팔아야 한다. 하지만 동전에서 구리와 니켈을 분리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2006년 이후로 동전을 녹이는 행위는 불법이다. 배스는 규제 대상인 헤지펀드 매니저로서, 법을 어길 의사는 없을 것이다. 즉, 동전을 녹이는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려는 구매자에게 동전을 팔아 간접적으로 금속의 가치를 실현하려 할 것이다. 5년 동안 감옥에 가는 것쯤은 상관없는 사람에게 말이다.​

분명 가격만 적당하다면, 배스의 동전을 사려는 사람이 나타날 것이다. 니켈과 구리 가격이 폭발해, 5센트 동전의 금속 가치가 20센트가 되었다고 해보자. 배스는 동전 하나 당 12~15센트를 쳐줄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배스는 불법을 저지르지 않고, 그 사람에게 비싼 값을 받고 팔면 그만이다. 배스는 동전을 액면가에 샀을 뿐이기 때문에, 이 거래에 성공하면 두 배 이상의 수익을 올리게 되는 셈이다.

이렇게 배스에게는 향후 구리와 니켈 가격이 상승장을 타게 되면 상당한 잠재적 수익을 예정되어 있다. 이 거래가 깔끔하게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비철금속 가격이 하락장에 돌입하지만 않으면 된다. 그리고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5센트 동전의 실질 가치가 5센트 이하로 떨어진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배스가 5센트 동전을 무더기로 사들인 이후, 비철금속 가격이 급락할 경우를 생각해보자. 5센트 동전의 실질 가치가 약 4센트로 떨어졌고, 배스가 샀을 때보다 41%나 낮아졌다고 하자. 그러면 동전 자루를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로 가져가 액면가 5센트로 바꾸면 그만이다.​

수익 잠재력은 상당한 반면, 손실 가능성은 없다. 그렇다면 왜 아무도 이런 거래를 하지 않는 걸까? 이유가 있다. 바로 보관 비용 때문이다. 배스의 거래는 아직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상품의 강세장이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 즉 배스가 상품 가격이 상승을 시작한 8년 후까지 2천만 개의 동전을 보관하고 있어야 했다는 말이다. 하지만 물건을 공짜로 보관해둘 수는 없다. 다음에서 보관 비용의 견적을 내보자.

첫 번째 큰 비용은 창고 비용이다. 2천만 개나 되는 동전을 보관하기 위해서는 큰 공간이 필요하다. 표준 20피트 화물 컨테이너가 8ft x 8.5ft x 20ft 임을 감안하면, 한 층에 약 32,700개의 동전으로 1,328층을 쌓을 수 있는 공간이다. 총 43,480,000개의 동전을 넣을 수 있으므로, 배스의 동전 더미를 넣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동전을 쌓아서 저장하는 것은 현실적이 않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상상해 보면 된다. 업계에서 동전을 대량으로 취급, 보관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인증된 봉지를 사용하는 것이다. 연준에서 인증한 표준 5센트 동전 봉지에는 4,000개(200달러)의 동전이 들어간다. 이와 별도로 은행에서는 동전을 종이로 말아 100달러어치씩 상자에 넣어 고객에게 판매한다. 동전을 봉지에 넣든 상자에 담든 사이사이에 틈새가 많이 생길 것이다.


배스가 보유한 동전 더미는 무게도 상당하기 때문에 컨테이너 하나로는 부족하다. 5센트 동전 2천만 개의 무게는 100,000kg이다. 하지만 20ft 컨테이너는 25,000kg만 담을 수 있다. 즉, 100만 달러 상당의 동전을 담으려면 4개의 컨테이너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다른 한편으로 배스가 컨테이너를 택했다면, 4개를 놓아둘 공간을 찾아야 한다. 아마 농장의 빈터를 1년에 몇 백 달러 정도 받고 빌려줄 농가를 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좀 더 공식적인 방법을 원할 것이다. 한 가지 방법이 창고를 빌리는 것이다. 창고는 팰릿 당 요금을 받는다. 한 팰릿에는 최대 4,600lbs의 화물을 보관할 수 있으며, 이는 5센트 동전 417,000개에 해당한다. 즉, 48개의 팰릿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조사해본 결과, 창고들은 일반적으로 팰릿 당 월간 5달러에서 20달러의 요금을 받고 있었다. 여기에는 많은 변수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만일 팰릿을 위로 쌓을 수 있다면, 바닥 면적이 줄어들게 되고, 그러면 월간 요금이 줄어들 수 있다. 또 다른 요인은 창고의 위치다. 뉴욕 근교보다는 외곽 지역이 더 저렴하다.



#배스에게는 외곽의 창고를 사용해도 문제가 없기 때문에(며칠에 한 번씩 확인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더 저렴한 곳을 택할 것이다. 팰릿 당 월 5달러로 치면, 48개의 팰릿을 연간 약 2,875달러에 이용할 수 있다. 100만 달러 0.29%에 해당하는 보관 비용이다.​

8년간 총 23,000달러에 달하는 금액이다. 따라서 보관 비용을 제하면, 배스의 100만 달러 상당의 5센트 동전의 가치는 977,000달러로 줄어든다.​

배스는 아마 도둑 등의 피해에 대비해 보험에 들어두고 싶을 것이다. 1백만 달러 상당의 상업용 부동산 보험료는 연간 750달러 정도이므로, 8년간 6,000달러가 들어가므로, 배스의 5센트 동전 가치는 971,000달러로 다시 줄어든다.

마지막 큰 비용은 기회 비용이다. 배스가 100만 달러로 5센트 동전을 사는 대신, 단기 재무부 채권에 투자하는 경우에 얻을 수 있는 수익이 기회 비용이다. 그러면 지난 10년 동안 저금리 상황에서 연간 0.1 ~ 0.15%의 이자(1,500달러)를 받았을 것이다. 따라서 기간을 2011년 ~ 2016년으로 잡으면 기회 비용은 9,000달러이며, 배스의 동전 가치는 962,000달러가 된다.​

하지만 2017년 단기 재무부 채권 금리가 오르기 시작해 1%를 기록했고, 현재는 2%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2017년과 2018년의 기회 비용을 20,000달러로만 잡아도 배스의 동전 가치는 930,000달러로 줄어든다.

이렇게 배스가 5센트 동전의 가치 하락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보관 비용으로 인해 상당히 값비싼 거래인 것으로 평가된다. 즉, 8년 동안 약 70,000달러(7%) 손실을 안고 들어간 것이다. 물론 가치 있는 거래로 마무리될 수 있다. 비철금속 가격이 세 배로 뛴다면, 초기 투자 원금 대비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말이다. 단 그때가 언제가 될지는 모른다.

여기까지 카일 배스의 관점에서 니켈 거래를 설명해 보았다. 이제 납세자의 입장에서 살펴보자. 미국 조폐국과 연준(그리고 납세자)은 배스에게 엄청난 수익 기회를 준 동시에 동전 가치 하락을 막아주고 있다. 다른 말로, 배스에게 풋 옵션을 판 것이다. 현명한 일일까? 배스만 그런 거래에 나선 것이 아니면, 많은 사람들이 그런 기회를 노리고 있다. 따라서 관련된 돈이 결코 적지 않다.

납세자는 이런 풋 옵션을 공짜로 제공하지 않는다. 적어도 어느 정도의 보상이 존재한다. 배스가 100만 달러 상당을 5센트 동전으로 보유한다는 것은 이자 없이 정부에 해당 금액을 빌려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만일 배스가 동전 대신 100만 달러를 단기 재무부 채권으로 보유했다면, 정부는 그에게 연간 2%의 이자로 20,000달러를 지급해야 한다. 동전은 이자가 없기 때문에, 정부는 돈을 빌린 대가로 한 푼도 지급할 필요가 없다. 이 20,000달러의 이자가 바로 비철금속 가격에 대한 배스의 투기적 배팅의 손실 가능성을 보호해 주는 대가로 납세자가 받는 수수료 또는 보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배스의 거래에서 충분한 보상을 얻어내고 있을까? 몇 년 전 금리가 0.1% 수준으로 낮았고, 배스의 연간 기회 비용 단 1,000달러에 불과했을 때는 배스에게 아주 유리한 거래였다. 하지만 2% 금리에서는 어느 쪽이 더 유리한지 분명하지 않다. 어쨌든 정부가 시민들에게 비철금속 가격 베팅에 원금을 보장해주는 일을 하는 게 옳을까?​

정부가 이런 투기를 방지할 수 있는 한 가지 방안은 5센트 동전의 상품 가치를 줄이는 것이다. 즉, 동전의 주조 비용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그런 시도는 미국 정부가 은으로 5센트 동전을 주조하지 않기로 한 1965년이 마지막이었다.​

미국 조폐국이 구리/니켈 합금보다 더 저렴한 철로 주조하면, 5센트 동전의 상품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 동전의 상품 가치가 낮아질수록, 배스와 다른 투기자들의 접근을 막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더 많은 동전을 사재기해야 하고, 또 모든 비용을 감안해 손익 분기점을 넘으려면 훨씬 더 큰 강세장이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미국이 트란스니스트리아(Transnistria; 몰도바 공화국 내에 존재하는 비승인 국가)처럼 플라스틱으로 동전을 대체할 수도 있다.


철이 든 플라스틱이든, 핵심은 배스 같은 어리석은 투기를 막는 것이다.​

그런 어리석음을 막을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 이제 5센트 동전은 거의 쓸모가 없어졌다. 없애도 상관없다는 말이다. 1950년대에는 5센트 동전이 훌륭한 구실을 했다. 당시에는 5센트가 50센트의 역할을 했고, 여러 군데 사용할 곳이 많았다. 50센트 면 싼 술 한 잔을 마실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5센트로 살 수 있는 것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대부분의 5센트 동전은 한 번 사용으로 끝난다. 물건을 사고 거스름돈으로 받은 다음, 곧 저금통으로 들어가 잊히고 만다. 아니면 아무 곳에나 던져지고 만다. 아니면 카일 배스 같은 투기꾼들이 쓸어간다. 이 모든 것이 사회적 낭비에 속한다. 배스의 투기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5센트 동전을 사들인 돈을 훨씬 더 좋은 곳에 사용할 수 있다. 이제 5센트 동전 발행을 중단함으로써 이 모든 낭비를 끝낼 때라고 본다.​

자료 출처: Moneyness, “Kyle Bass’s big nickel bet”

Written by pius.pius
출처 : https://steemit.com/@pius.pi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