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건 현물 자산뿐 – 10억 달러를 무색하게 한 헌트 형제의 투자 손실 1부

(FILES) - Gold bars are pictured on April 6, 2009 at a plant of gold refiner and bar manufacturer Argor-Heraeus SA in Mendrisio, southern Switzerland. The price of gold hit a record high above 1,100 dollars an ounce in trading on November 6, 2009 in London following a report that Sri Lanka had joined India in purchasing the precious metal in favour of the US currency. AFP PHOTO / SEBASTIEN DERUNGS (Photo credit should read SEBASTIAN DERUNGS/AFP/Getty Images)

(헌트 형제. 넬슨 벙커 헌트(좌)와 윌리엄 허버트 헌트(우))


시장에서 1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기록한 투자자가 몇 명 있는 것으로 안다. 그중 일명 ‘런던 고래’로 불리던 브루노 익실(Bruno Iksil)과 호위 허블러(Howie Hubler)가 90억 달러를 날린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10억 달러가 넘는 손실을 2차례나 기록했던 단 한 명의 인물이 있다.

바로 넬슨 벙커 헌트(Nelson Bunker Hunt)로, 원유에 투자해 처음 10억 달러의 손실을 격은 후, 은에 투자해 두 번째로 10억 달러를 날렸다. 두 경우 모두, 헌트는 자신의 손실을 정부의 탓으로 돌렸다.

넬슨 벙커 헌트는 일생을 원유를 놓고 도박을 벌였던 H.L. 헌트의 아들이었다. 아버지 헌트는 수학에 비상한 재능이 있었고, 1900년대 초 뉴올리언스에서 단돈 100달러를 100,000달러로 불리기도 했다.

그는 이 돈을 아칸소의 유전을 매입해, 자기 운이 어느 정도까지인지 시험했다. 아버지 헌트의 전략은 이미 발견된 유전에서 시추를 진행하는 한편, 새로운 유전이 발견될 때마다 이를 임차해 원유가 나올 때까지 시추하는 것이었다.

(H.L 헌트)


1930년 11월, 아버지 헌트는 콜럼버스 “대드” 조이너(Columbus “Dad” Joiner)가 텍사스에서 대규모 유전을 발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조이너와 해당 지역을 1,340,000달러에 매입하기로 하고, 계약금으로 단 30,000달러 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추후 원유를 팔아서 주기로 했다. 또한 조이너에게 법적으로 이 거래를 보장받을 수 있게 해주었다.

결국 아버지 헌트는 텍사스 역사상 최대 규모의 유전 중 하나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1936년이 되자, 2천만 달러 가치의 헌트 오일(Hunt Oil Co.)을 설립했고, 여기서 나온 수익으로 더 많은 유전을 개발하는데 투자했다. 아버지 헌트는 곧 세계에서 가장 부자 중 하나가 되었고, TV 드라마 “달라스(Dallas)”의 등장인물 J.R. 유잉(J.R. Ewing)의 모티프가 되었다.

아버지 헌트는 돈을 버는 것만큼이나 많은 자녀를 두었다. 세 명의 아내를 통해 열다섯의 자녀를 두었는데, 돈으로 중혼 소송을 피하기도 했다. 아들 중 하나가 바로 아칸소 엘도라도에서 태어난 넬슨 벙커 헌트였다. 또 한 명의 아들인 라마 헌트(Lamar Hunt)는 아메리칸 풋볼 리그를 만들고, 캔자스시티 치프스(Kansas City Chiefs)를 소유했다.

(넬슨 벙커 헌트)


넬슨 벙커는 윌리엄 허버트(William Herbert)와 함께 원유 사업에 뛰어들었다. 아버지 헌트 소유의 플래시드 오일(Placid Oil)과 펜로드 드릴링 앤 헌트(Penrod Drilling)을 소유하고 있었고, 이를 아들들에게 맡겼다. 이후 이들은 해외에서도 유전 개발을 시작했고, 아버지만큼이나 공격적이었다.

첫 번째 손실

넬슨 벙커 헌트는 아버지 돈을 물려받지 않고도 스스로 큰돈을 벌고 싶었기 때문에 해외 유전 개발에 뛰어든 것이다. 처음으로 파키스탄에서 유전 개발을 시도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다음 목적지는 리비아였다.

여기서 그는 1961년 대형 사리르(Sarir) 유전을 발견했고, 이를 통해 억만장자가 된 것은 물론, 하룻밤 새 세계 최고 부자 중 하나가 되었다. 넬슨은 이드리스 리비아 국왕과 공동으로 원유를 생산하기로 합의했지만, 1969년 9월 1일 넬슨은 리비아 정치권 앞에 자기 운명이 놓여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드리스 국왕이 병 치료차 터키로 떠났고, 이때를 틈타 무아마르 가다피(Muammar Gadaffi)가 쿠데타를 주도해 정권을 장악했다. 1973년 6월 11일, 가다피는 사리르 유전에 대한 넬슨의 보유 지분 50%를 아무런 보상 없이 국유 재산으로 몰수했다.

(무아마르 가다피)


이로써 넬슨은 첫 번째로 수십억 달러 손실을 기록한다. 하룻밤 새, 세계 최고 억만장자 중 하나에서 단순한 백만장자로 전락한 것이다. 백만장자도 대단한 것이겠지만, 억만장자에 비하면 초라할 뿐이다.

가다피에게 재산을 몰수당한 넬슨은 그 후로부터 정부와 정부가 만들어낸 종이 쪼가리 돈을 믿지 않으려고 했다. 그때부터 넬슨은 돈을 정부에게 탈취당할 염려가 없는 은 같은 실물 자산에 넣어두었다. 아무튼 그의 생각은 그랬던 모양이다.

넬슨은 3가지를 좋아했다. 말, 은 그리고 예수였다. 넬슨은 총 500마리가 넘는 말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그의 순종마들은 세계의 거의 모든 주요 경주에서 우승을 휩쓸었다. 아버지 헌트는 달라스에 있는 퍼스트 뱁티스트 처치(First Baptist Church)의 회원이었고, 평생 동안 보수적 대의를 지지했다.


넬슨 벙커 헌트는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 존 버치 소사이어티(John Birch Society)의 회원이었고, 종말론을 믿으면서, 머지않아 종이돈은 쓸모없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넬슨은 국제 대학생 선교회(Campus Crusade for Christ International)를 대표하는 텍사스 성서 공회(Texas Bible Society)의 의장이었으며, 영화 지저스(The Film Jesus) 제작에 자금을 댔다. 이 영화는 전 세계 30억 명이 본 것으로 전해진다.


넬슨은 리비아에서 겪은 손실에서 정부란 믿어서는 안되는 존재임을 배웠다. 더 이상 종이돈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에, 돈을 은에 투자했다. 금이 아닌 은에 투자한 이유는 1933년 미국이 금본위제를 폐기한 후, 미국 정부가 금 거래를 금지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1974년이 되어서야 다시 미국 내에서 금 거래가 가능해졌다.

1973년 넬슨은 4천만 온스의 은을 매입해 스위스에 보관했다. 여기에 시카고와 뉴저지에 보관하던 1,500만 온스를 더해 총 5,500만 온스의 은을 보유하고 있었다. 텍사스에서는 은에 5%의 주세를 부과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 저렴한 스위스를 보관 장소로 택했던 것이다.

넬슨은, 아직 규모는 작았지만, 선물 시장을 통해서도 은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은 시장에서 누군가 선물 계약을 매수할 때마다, 각 계약에 실물 은이 담보되어야 한다. 은 생산자들은 은 가격을 고정시켜 미래에 은을 일정한 가격에 팔 수 있었다.

만일 1온스당 10달러짜리 선물 계약의 가격이 가격이 9달러로 마감되면, 은 생산자는 이 선물 계약으로 1달러의 수익을 얻게 되고, 은 9달러에 팔아 은 1온스의 총 수익은 10달러가 된다.

만일 이 은 선물 계약의 가격이 11달러로 마감되면, 선물 계약으로 1 달러의 손실을 보지만, 은을 팔아 11달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총 수익은 마찬가지로 10달러가 된다. 은의 가격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더라도 은 생산자는 은 가격을 고정시킬 수 있다.

은 생산자의 주된 위험은 은 가격이 크게 변동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은 선물 계약의 가격이 10달러에서 20달러로 급등하면, 은 생산자는 마감일에 예상되는 손실만큼을 더 증거금으로 넣어야 한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1979년과 1980년 은 시장은 그런 정상적인 시기가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선물 계약의 만기는 3개월이며, 만기가 되면 대부분의 은 생산자와 투기 세력은 선물과 현물 가격의 차액을 정산하는 식으로 계약을 끝낸다. 하지만 넬슨은 현물 은을 인도하기로 했다.

Written by pius.pi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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